인생은 기차 여행과도 같다
운명처럼 이어진 레일을 따라
강아지풀 손 흔드는 들길을 지나면
새빨간 지붕들이 어깨를 맞대고
이웃하는 동네가 보인다.
이름 모를 작은 마을에도
사람 사는 곳이면 있을 게 다 있고,
사람 사는 일이면 있을 일이 다 있다는 듯.
모두가 제자리를 갖고
주어진 것을 누리며 살아간다는 듯.
기쁨의 향기가 메아리 치는 호수를 만나면
손가락 새로는 반짝이는 눈물도 언뜻 보인다.
두 눈에 가득 담겨오는 모든 존재가
그저 쓸모 없는 현상이나 우연한 존재가 아니라는 듯.
어느 것 하나도 어쩌다가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는 듯.
때로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하고
내일을 알 수 없는 막막한 길을 가야만 한다.
길고 긴 터널을 통과하면서 비로소
환한 빛을 맛보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듯,
그리고 같은 기차를 탄 많은 사람들 중에
내 손을 잡아줄 누군가를 만날 것 같은 기대가 있다.
왠지 그런 설렘이 있다.
우리의 여행길에는 인연이라는
특별한 선물이 준비되어 있다는 듯.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무게중심을 잡지 못해
넘어지고 말아도
나에게 손 내밀어 줄 한 사람을 생각하며
더 이상 고독하지도 슬퍼하지도 말라는 듯.
-인애란 에세이집 <그대 홀로 있기 두렵거든> 중에서-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