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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다른 '원톱'들의 활약..행복한 고민하게 된 벤투 감독

청산(푸른 산) 2018. 10. 14. 18:14

      

한국 축구에 고질적 문제로 따라다녔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확실한 최전방 공격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후, 괜찮은 적임자가 마침내 나타난 듯 하다. 그것도 두 명이다. 주인공은 황의조(감바 오사카)와 석현준(랭스)이다.

 

지난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전에서 황의조와 석현준은 모두 벤투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황의조는 후반 21분 손흥민이 찬 페널티킥이 우루과이의 페르난도 무슬레라 골키퍼에게 막히자 번개같이 달려들어 골로 연결했다. 이전 페널티킥도 황의조가 얻어낸 것이었다. 남태희(알 두하일)의 침투패스를 그림 같은 공간 돌파로 받으려는 과정에서 우루과이 수비수 세바스티안 코아테스의 반칙을 이끌어냈다. 결국 황의조가 만들고, 황의조가 해결한 골이었다.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왼쪽)와 석현준. 이석우 기자

석현준은 황의조가 골을 넣자마자 바로 그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리고 1-1로 팽팽히 맞선 후반 34분 터진 정우영(알 사드)의 결승골에 큰 기여를 했다. 손흥민의 왼쪽 코너킥을 석현준이 헤딩슛으로 연결했고, 이게 골문 앞에 있던 에딘손 카바니를 맞고 정우영 앞으로 흘러 정우영이 마무리했다.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줄곧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하고 있다. 최전방에 서는 원톱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는데, 황의조와 석현준 모두 다른 스타일의 선수들로 각자의 장점을 잘 살려 벤투 감독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황의조는 슈팅, 골 결정력, 공간 침투에 능한 선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해트트릭만 2번을 기록하며 한국 축구 사상 첫 아시안게임 2연패에 일등공신이 됐다. 소속팀인 감바 오사카에서도 9월 A매치 일정이 끝난 후 복귀해 연일 골을 터뜨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벤투 감독은 9월 A매치 때는 시간이 부족해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한 선수들 위주로 명단을 꾸렸으나 이번에는 자신이 봐온 선수들을 고루 뽑았는데, 황의조는 2번 모두 뽑히며 벤투 감독의 신뢰를 톡톡히 받고 있다.

 

반면 이번에 새로 가세한 석현준은 포르투갈에서 뛰던 시절부터 벤투 감독이 눈여겨봐왔던 선수다. 190㎝의 큰 키와 힘을 갖춘 석현준은 자신의 피지컬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를 거칠게 몰아붙여 붕괴시키는데 일가견이 있다. 우루과이전에서도 자신 못지 않은 피지컬을 가진 우루과이 수비수들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고 공중볼 경합을 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벤투 감독도 “석현준은 황의조와는 다른 유형의 공격수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뽑았다. 상대가 전방압박을 가하면 키핑 능력은 물론 2선과의 연계와 수비에서도 강하게 몰아붙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유형의 원톱 공격수 2명이 모두 좋은 활약을 보이면서 주전 경쟁 양상 또한 흥미진진하게 됐다. 또 부임 후 줄곧 원톱을 썼던 벤투 감독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다른 전술을 통해 둘을 모두 경기에 출전시켜 그 이상의 효과를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축구 대표팀은 오는 16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파나마와 A매치 친선전을 펼친다. 이 경기에서 황의조와 석현준은 다시 한 번 경쟁을 펼쳐야 한다. 우루과이전에 이어 또 다시 좋은 활약을 한다면, 벤투 감독도 공격 선택지를 놓고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