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음/시,영상시
♣♡ 연꽃시 모음 ♡♣ ♡♣ 연꽃 - 오세영 불이 물 속에서도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은 연꽃을 보면 안다 물로 타오르는 불은 차가운 불 불은 순간으로 살지만 물은 영원을 산다 사랑의 길이 어두워 누군가 육신을 태워 불 밝히려는 자 있거든 한 송이 연꽃을 보여 주어라 닳아 오르는 육신과 육신이 저지르는 불이 아니라 싸늘한 눈빛과 눈빛이 밝히는 불 연꽃은 왜 항상 잔잔한 파문만을 수면에 그려 놓는지를 ♡♣ 수련별곡(水蓮別曲) - 김춘수 바람이 분다 그대는 또 가야 하리 그대를 데리고 가는 바람은 어느땐가 다시 한 번 낙화(落花)하는 그대를 내 곁에 데리고 오리 그대 이승에서 꼭 한 번 죽어야 한다면 죽음이 그대 눈시울을 검은 손바닥으로 꼭 한 번 남김없이 덮어야 한다면 살아서 그대 이고 받든 가도 가도 끝이 없던 그대 이승의 하늘 그 떫디떫던 눈웃음을 누가 가지리오? ♡♣ 연꽃의 기도- 이해인 겸손으로 내려앉아 고요히 위로 오르며 피어나게 하소서 신령한 물위에서 문을 닫고 여는 법을 알게 하소서 언제라도 자비심 잃지 않고 온 세상을 끌어안는 둥근 빛이 되게 하소서 죽음을 넘어서는 신비로 온 우주에 향기를 퍼뜨리는 넓은 빛 고운 빛 되게 하소서 ♡♣ 蓮이여-구상 이리 곱고 정한 꽃인데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시궁창을 내 집으로 삼아도 아침저녁으로 맑은 숨을 쉬느니, 사람들이 버리고 외면한 그 찌꺼기 배설한 것들 속에서도 오히려 내 양분을 취하느니 그 몸은 물방울 하나도 헛되이 빌붙지 못하게 하거늘 무어라 이름할 수 없는 신선함에 먼지 하나 범할 수도 없고 숨소리도 죽여야 하느니, 이 청정한 고운 님의 경지에 해와 달이 함께 빚어낸 꽃이라 선학이 꿈을 꾸고 있는지 세상이 아무리 험난하고 역겨운 일들만 난무한다 해도 스스로 제 몸을 곧추 가누고 이 지상에 고운 것만 걸러내 세우니 뉘 감이 범할 수가 있으랴만 여기 그 잎의 둥글고 도타운 덕성으로 하여 모든 고뇌 떠안고, 망상을 소멸하니 떠오르는 보름달로 맞이하듯 새 아침을 맞이하는 해의 그 맑고 찬란한 새 얼굴을 보듯 내일은 더 곱고 생기에 찬 꽃으로 그 향기도 함께 피우며 온 누리에 세우리. ♡♣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하는 이별이게, 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 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연꽃 피어 마음도 피어나고-이호연 해가 지면 어머니 치맛자락에 잠들고 떠오르는 태양에 다시 피어나는 얼굴 세상 온갖 시름 황톳물 같은 아픔이라도 지긋이 누르고 꽃으로 피우면 저리 고운 것을 이슬이라도 한 방울 굴려 나 또한 찌든 얼굴을 씻고서 다시 서리라 하여, 이슬이 있어야 하리 우리네 삶에도 이슬처럼 씻어 줄 그 무엇이 있어야 하리 다만 별도 없는 밤은 안 돼 이제라도 긴 숨을 들이쉬어 연뿌리에 공기를 채우듯 가슴 깊이 열정을 간직해야 하리 그리하여 연꽃이 피어나듯 내 가슴에도 꽃이 피어나리니 바라보는 눈길마다 소담스레 꽃피는 행복 송이송이 연꽃으로 흐드러진 꽃다운 세상이여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