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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홀로 서며

청산(푸른 산) 2015. 9. 19. 06:28
 
♣♡ 다시 홀로 서며 - 서정윤  ♡♣ 

1,마른 들풀 서걱이는 바람 소리만 홀로 허허로운 
추억의 강가에 서서, 잠시 쉬어가는 철새 떼들의 
모래 속에 묻어야 할 기억들 
이젠 떠나야 하리, 홀로서기 위해 쓰러져도 다시 서 있는 미류나무. 
사랑의 상처는 사랑으로 치유할 수 없다는 걸, 
모든 것은 마음에서 시작되고 마음 속으로 끝난다는 걸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2, 가야 한다면 가고 아직 고통스럽다면 오래 방황해야 한다. 
저 바람 지나는 들풀처럼 온 몸으로 맞으며 흔들리고 
흔들리면서도, 그 들판의 삶을 사랑하는 그런 삶을 살아야지. 
사랑한다는 말로 확인할 수 있는 건 없다. 
3, 이젠 떠나자. 전생의 끈으로 이루어오던 사랑도 
다 나무 밑을 지나는 바람인 것을 
가슴 속에 살아있는 어느 유목민의 사랑 흔적조차 
별빛 아래에서 빛나는 먼 전설이다. 
그냥 기다림으로 계속되는 사랑을 찾아 헤메다 
깨어진 자신의 삶을 그래도 살아야 하고 
이제 사랑은 내 속에서 찾아야 한다. 
내 삶에서 진실을 보여야 하고 그리고 사랑하여야 한다. 
먼 훗날 또하나의 전설을 위해. 
4, 하늘 푸른 들녘에 그대 홀로 서서 나에게 손을 내민다. 
쓰러진 내 모습이 가련해서라면 나는 그 손을 잡을 수 없다. 
그대 아직도 나를 위한 촛불을 꺼뜨리지 않았다면 
나는 그대의 손을 잡고 기꺼이 그대의 밤을 밝히는 
촛불이 되어 타리다. 
5, 사랑의 상처를 또다른 사랑으로 치유해선 안된다. 
고통은 밤 하늘 개울음처럼 자꾸만 서로를 불러내올 뿐 
아픔은 결국 내 속에서 고쳐야 한다. 
절망하며 사랑으로 난 문을 닫아도 
가슴속 깊은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6, 먼 훗날 사랑으로 하여 내 몸이 깨어질지라도 
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두를 나는 바칠 수 있다. 
아침은 언제나 춥고 긴 어둠 뒤에 오는 것. 
사랑을 위해 바칠 수 있는 목숨이 있는 한 
나는 아직도 행복하다.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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