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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새벽을 지나다/惠雨김재미 숲은 조용한데 어떤 삶은 밤을 뒤척이고 혹은 깨어 있다 불새를 보지 못했는데 여기저기 느껴지는 것 같은 검푸른 새벽 태양을 맞이하기 위해 어둔 보도블록을 밟는 발은 빠르고 보다 서두른 사람들은 그간을 다 토해내지 못했다는 듯 아직 기동력 팔팔하게 살아있다는 듯 찬 기운 스민 어깨로 걸걸한 기침이 쓰린 밤사이의 이상하고도 야릇한 향기를 풍기며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섞일 수밖에 없는 한때, 어둠을 헤치고 나오는 것들은 초침을 잡고 함께 움직일 것이다 밤새 꽃등 밝혔을 산수유 공복인 새벽을 채워주며 더 환해질 때 밤이 머금었다 뱉어낸 온갖 향기들이 뒤섞일 것이다 그중에 막 진통을 끝낸 꽃향기만을 나는 맡겠다 아직 꽃은 불을 끄지 않았고 새들은 슬슬 나뭇가지를 흔들 것이며 땅으로부터 전해지는 울림은 첫차가 당도할 거라는 신호를 줄 것이다 이제 네게로 달려가는 일만 남았다 너를 만났을 때 뜨겁게 포옹해주는 일만 남았다 새벽을 지나는 모호한 기운은 하늘로 올라가 더 푸르러질 것이고 완전히 깨어난 도시는 꿈에 부풀었던 가슴 터트릴 기대로 넘칠 것이다 세상으로 내리는 빛 속에서 마주할 사랑은 참으로 아름다울 것이다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